김광호 한림대성심병원 피부과 교수
겨울철 건설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낮은 기온과 극심한 건조함으로 인한 피부 장벽의 약화다. 대기 중 습도가 급격히 낮아지면 피부 표면의 수분은 증발하며, 이는 건조 피부염으로 이어진다. 각질층의 수분 함량이 10% 이하로 떨어지면 피부는 유연성을 잃고 미세하게 갈라지기 시작한다. 노화로 인해 피지와 지질 분비 능력이 저하된 피부는 외부 자극에 더욱 무방비로 노출된다. 겨울철에는 가벼운 로션 제형보다 유분기가 충분한 크림이나 연고 형태의 보습제가 권장된다. 특히 피부 장벽의 핵심 구성 성분인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자유지방산이 피부 지질 구조와 유사한 비율(통상 3:1:1)로 배합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성분들은 수분 공급은 물론, 무너진 각질 세포 사이를 메워 '보완적인 피부 장벽'을 형성함으로써 외부 유해 물질의 침투를 차단한다. 동상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영상의 기온에서도 지속적인 추위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동창이다. 이는 피부의 미세혈관이 추위에 수축했다가 갑자기 따뜻해질 때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며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손가락, 발가락, 귀 등 말단 부위가 붉게 부어오르고 가려운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피부 미세혈관이 손상되었음을 의미한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젖은 장갑이나 양말은 공기보다 열전도율이 약 20배 이상 높아 체온 손실을 가속화하므로, 습기를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한 장구의 착용은 체온 유지를 넘어 피부 조직의 괴사와 감각 이상을 막는 필수적인 보건 조치다. 자외선 노출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다. 흔히 자외선 차단은 여름의 전유물이라 생각하지만, 겨울철 쌓인 눈이나 얼음판 위에서의 자외선 반사율은 80%를 상회한다. 이는 여름철 모래사장의 반사율(15~20%)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장시간 야외 노출은 광노화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세포 손상을 유도, 장기적으로는 피부암 발생 기전으로 작용한다. 한국인에게 치명적인 악성 흑색종은 초기에는 단순한 점처럼 보여 방치하기 쉽다. 현장 근로자들은 겨울철에도 SPF 30 이상, PA++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를 2~3시간마다 덧발라야 하며, 피부에 나타난 점의 모양이 비대칭이거나 경계가 불규칙해지는 등의 변화를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시멘트에 포함된 육가크롬 등 화학 성분이나 미세한 분진은 건조해진 피부 장벽 사이로 깊숙이 침투하여 자극 및 알레르기 접촉 피부염을 유발하고 방한용 마스크나 넥워머 내부의 고온다습한 환경은 세균과 곰팡이 증식을 유발하여 안면 백선증 등의 감염성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작업 종료 후 미지근한 물과 약산성(pH 5.5) 저자극 세정제를 사용하여 오염 물질을 신속히 제거한다. 뜨거운 물에 장시간 몸을 담그는 것은 오히려 피부 유분의 손실을 유도하여 악화시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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