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기획 - 불법 건기 진단] 미등록·위조 건기, 대여업계 물 흐리다

건설기계신문 | 기사입력 2019/02/22 [11:41]

[기획 - 불법 건기 진단] 미등록·위조 건기, 대여업계 물 흐리다

건설기계신문 | 입력 : 2019/02/22 [11:41]

감사원, 작년 11월 감사결과 발표

국토부·지자체의 관리감독 강화와

건설·감리자 관리부실 벌점제 주문

 

공공 공사현장에 미등록, 불법 구조변경, 등록·검사증 위조 건기들이 투입되고 있어 말썽이다. 대여업계는 이들 불법 때문에 사회적지탄을 받는 게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와 건설·감리사 관리부실 책임부과 등의 법제보완이 절실해 보인다.

 

불법 건기 적발사례=201710월 건기대여업자 A씨는 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광역급행철도 시공사 B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천공기 한 대를 투입했다. A씨는 이 천공기로 이듬해 6월까지 1년 가까이 작업을 하다 다른 천공기로 교체해 작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A씨가 투입한 천공기는 모두 미등록 건기. 시공사와 발주처 모두 미등록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

 

미등록 건기 작업은 불법이다. ‘건설기계관리법’(이하 건기법) 3조에 따르면, 모든 건기는 등록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용·운행할 수 없다(건기법 제4). 위반한 경우 동법 4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불법 개조(불법 구조변경) 건기도 공공연히 공사 현장을 누빈다. 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지난 4월 기중기 한 대가 투입됐다. 이 기중기는 불법으로 항타장치를 장착해 작업을 했다. LH의 또 다른 택지개발과 도로개설 현장에서도 64일부터 엿새간 불법 항타장치를 부착한 기중기가 사용됐다.

 

건기 개조는 건기안전기준에 따른 경우만 가능하다(건기법 제17). 그 외 건기 구조나 원동기·동력전달·제동 등 주요 장치를 개조 할 수 없다. 하지만 LH 발주공사 현장에 불법개조 건기가 투입된 것.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등록증 또는 검사증을 위조한 건기도 투입되고 있다. 부산시 발주 도로공사장에 투입된 천공기. 대여업자 B씨가 10년 전 구입한 것인데, 등록 말소된 건기다. 검사 유효기간을 올 519일까지인 것처럼 서류(건기 등록·검사증)를 위조해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이 위조건기는 지난해 3월부터 3개월 공사현장에 투입됐다.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 한 공사현장에서도 위조된 건기 등록표를 부착한 천공기가 사용됐다.

 

건기 등록과 검사증 위조는 형사법 제231(사문서등의 위조·변조)와 제234(위조사문서등의 행사)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물론 건기법 제4조 미등록 건기 사용에도 저촉된다.

 

건기 제조일자와 제조번호가 적힌 명판을 위조한 건기도 있다. 철판에 대고 망치질을 해 위조 숫자(제조년도)를 새겨 넣는 수법을 사용했다. 명판 위조 비용은 5만원. 명판은 허가 없이 떼어내면 위법. 일부 건기대여업자들이 명판갈이로 노후 건기 사용제한에서 벗어난다.

 

공공공사 버젓이 투입, 확인 안하니

 

감사원 감사 결과=불법 건기들이 공공공사 현장에 투입돼 버젓이 작업을 하는 사실은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불법 건기가 유통되고 있다는 소문이 수면위로 드러나게 된 것. 감사원은 관련 기관장에게 법령에 따라 고발토록하고 건설사에게 관리부실 벌점 부과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건기 사고발생 증가와 건설현장 안전불감증 우려가 커짐에 따라 광역지자체를 비롯한 공공 발주 공사현장의 작업 건기를 대상으로 지난해 72일부터 15일간 11명을 투입해 현장감사를 실시했다. 같은 해 1122일 감사결과를 최종 확정했다.

 

감사 결과를 보면, 4개 기관(철도공단·부산시·LH·부산자유구역청) 5곳의 공사현장에서 미등록·불법개조 건기(천공기·기중기)가 적발됐다. 6개 기관(철도공단·도로공사·LH·원주국토관리청·익산국토관리청·부산국토관리청) 20곳 공사현장에서 등록·검사증 위조 건기 23(기중기·펌프카·덤프트럭·굴삭기·항타기·쇄석기)도 적발했다. 정기검사 미필은 2개 기관 8곳의 공사현장에서 발각됐다.

 

▲     © 건설기계신문



감사원은 또 건기 유지·관리 미흡 등 163건에 현장에서 즉시 시정토록 조치하고, 건기 운용 안전조치 위반 40건에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 하여금 관련 규정에 따라 행정·사법조치토록 했다.

 

이처럼 공공발주 공사장에서 불법 건기가 대거 적발됨에 따라, 감사원은 국토부에 건설기술진흥법(이하 건진법)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다.

 

현행 법에 따르면, 발주청은 부실공사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건설업자에게 부실벌점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동법 시행령에도 건설업자 부실벌점 부과기준을 마련해놓고 있다. 하지만 법령 어디에도 감리업체(건설사업관리용역업자) 부실벌점 기준은 없다.

 

이에 감사원은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감리업자(건설사업관리용역업자)에게 불법 구조변경 등으로 피해를 유발할 위험성이 높은 건기 감독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한 감리업자에게 부실벌점을 부과할 규정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부실공사 감리자 문책규정 보완을

 

불법건기 피해, 이유와 근절방안은?=불법 건기 투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수십년째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말 나올 때뿐이고 불법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1996년 정기검사를 받지 않거나 미등록 로더·덤프트럭으로 건기대여업을 해온 36명이 무더기로 적발·입건되는 사건이 대구에서 발생했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말소 뒤 등록번호판만 반납하도록 돼 있는 건기법을 악용했다. 정기검사를 받지 않아 직권 말소됐거나 노후 폐차한 건기를 번호판만 반납하고 무등록 상태에서 사용한 것.

 

2010년 국정감사 때도 지적받았다. 무등록 타워크레인이 공사 현장을 누비고 다녔기 때문. ‘4대강 사업때도 불법 건기가 적발됐다. 정기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40년 된 준설선 제작증명서를 위조(준설선 제작업체 명의를 도용)한 것. 2014년에는 서울시가 무등록 건기 62대를 관할경찰서에 고발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건기 안전사고가 매년 증가하는 만큼 경각심을 가지고 건기 점검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법 건기는 근절되지 않았고,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도 적발됐다. 불법 건기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관리·감독이 제재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 감사원 한 관계자는 관계기관이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해 이런 부정이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투입건기는 원도급사 또는 하도급사와 건기임대차계약을 거쳐야 한다. 계약 때 기종·연식·검사유효기간 등이 기재된 등록·검사증을 제출해야 하는데, 발주처 또는 건설사들이 서류상의 건기와 투입 건기가 일치 하는지를 확인하지 않다보니 불법의 발을 들이는 것.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위조 번호판 부착 건기를 적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

 

불법 건기의 횡행은 합법적 건기대여업을 하는 사업자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 이주성 건기개별연명사업자협의회장은 행정 당국이 불법 건기 단속에 미온적이다 보니 정상적으로 등록해 영업을 하는 업자만 손해를 본다당국의 관리감독 소홀이 불법 건기 난립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감사를 통해 주의·지적 통보를 받은 공기관들은 관련 건기대여업자를 고발하고 건설업자에 부실벌점 부과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건기는 전산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위조를 하더라도 등록원부나 등록증과 불일치해 확인이 가능하다일부 허위연식 건기를 보유한 업자가 적발을 피하려고 명판갈이 등을 하는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조작여부를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허위 연식 등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등록을 한 경우 그간 직권 등록말소 처분만을 해왔지만, 오는 3월부터는 강화된 건기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등으로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위·위조를 예방할 법안 마련도 진행중이다. 지난 8일 건기를 필요로 하는 임차인(건설사)이 사전에 건기 등록 및 검사 여부를 의무 확인하는 건기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이 대표발의한 것. 임차인이 법 위반시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당국·발주처 관리감독 강화 절실

 

건기 안전관리 체계는?=건설공사의 다양화·고도화 등으로 인해 건기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건기 유지·관리에 대한 무관심과 소유·사용자들의 부주의 등으로 사고가 증가하는 추세다.

 

근로복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건기관련 사고사망자는 573. 매해 평균 113명이 건기재해로 사망하고 있는 것. 만대당 사망률 사고사망자수/(건기대수×10000)로 보면, 항타항발기가 126.4로 가장 높다. 이어 기중기가 75.0 타워크레인 58.4 펌프카 27.2 롤러 24.6 천공기 17.3 로더 14.8 지게차 9.4 굴삭기 9.1 덤프 6.8 순이다.

 

건기 안전관리 체계는 관계법령과 안전관리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법체계를 보면, 등록과 검사 등을 수행해 기계적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한 건기법과 건설현장 투입 이후 건기운용 안전성을 확보토록 한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공사의 품질과 안전을 확보토록 한 건설기술진흥법에 규정돼 있다.

 

건기법은 건기 등록 미등록 건기 사용금지 등록번호표 표시 안전기준 준수 건기 검사 및 점검 건기 무단 구조변경을 규정해 건기 안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건기 소유자가 지켜야 할 것들이다.

 

산안법은 건설사업자 안전조치 의무 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 유해하거나 위험한 기계·기구 등의 방호조치 안전검사 의무(크레인만 해당) 작업안전기준 제시 등을 지키도록 한다. 건기 임차인이 지켜야 할 사항들이 마련돼 있다.

 

건설진흥법은 부실벌점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발주자의 승인을 받지 않은 건기를 반입하는 경우 건설업자나 건설기술자에게 벌점을 부과한다. 발주자가 건기 관리 의무를 갖도록 한 것이다.

 

건기 안전관리는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검사는 크게 4가지. 신규·정기·변경·수시 검사다. 신규는 건기를 처음 등록 할 때 실시한다. 정기 검사는 3년 범위 안에서 기종별·주행별(궤도·타이어)로 나눠 검사한다. 구조변경 검사는 건기의 주요 구조를 변경하거나 개조한 경우, 수시 검사는 성능이 불량하거나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건기의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실시한다.

 

이밖에 관리감독 기관과 발주처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법제와 검사를 잘 해도 이를 제대로 감독하고 점검하지 않으면 불법 건기 횡행을 막을 수 없기 때문. 장인섭 건설기계기술사는 공공공사장에 불법건기 투입이 공공연한 건 법제가 마련돼 있더라도 효력을 못 보는 셈이라며 불법건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행정관청과 발주처의 관리·감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